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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다이어트 도전기

[번외] 1. 반려견 처음 키우기, 아프리카에서 만난 강아지 쿠니

by 꿈꾸개(犬), 크개(開) 2024. 7. 27.

안녕하세요~ 

오늘은 '번외 편'으로 아프리카 앙골라발 1호견 쿠니와 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잠깐 소개해볼까 해요. (애기 때 진짜 귀여웠거든요.. 지금도 너무 사랑스럽지만♥)

 

우선 저는 어릴 때부터 동물들을 진심으로 좋아했어요. 하지만 성인이 되어 해외에서 10년여간 근무하게 되었고, 업무 특성상 잦은 야근과 출장으로 다른 생명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워볼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어요. 그러나 앙골라에서의 근무 기간이 길어졌고, 그만큼 외로움도 커졌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제 외로움을 채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반려견 분양을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큰 책임감과 앞으로 달라질 제 인생에 대해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었죠. 길고 긴 고심 끝에 반려견을 키우기로 결심했고, 끝까지 책임을 다 해 길러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제가 직접 샵에 가서 본 건 아니었고, 앙골라 현지 지인을 통해 옆 동네(?)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며 일단 제가 있는 곳까지 데리고 갈 테니 한 번 보라고 해서 갑자기 만나게 되었죠. 현지인 아저씨가 한 손에는 쿠니를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왔더라고요 ;;; 케이지에 넣어서 데려올 줄 알았더니.. ㅠㅠ 역시.. 야생 그대로의 아프리카였네요.

쿠니애기1
생후 2주된 쿠니

 

그렇게 만나게 된 생후 2주밖에 안된 새끼 강아지. 아저씨 왈 백신을 맞혔다고 했고(뻥이겠죠. 제가 알기론 강아지 접종 시기는 빠르면 생후 6주 늦으면 8주 정도 되어야 맞출 수 있는데...), 유럽에서 많이 나오는 테리어 종이라고 하면서 몸집이 많이 크지는 않을 거라고 설명했고 쿨하게 가버렸어요. 랜덤으로 성별도 모르고 종류도 모르는 강아지를 맡게 된 상황이었죠;;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젖도 떼지 않은 새끼를 데리고 나올 정도의 수준이라면, 제가 분양을 거절하여 그 아저씨 품에 다시 돌아갈 경우 이 새끼 강아지의 생사가 매우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제가 데리고 살기로 결정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추웠을테고, 엄마를 떠나 낯선 곳에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계속 떨고 있길래 수건으로 감싸줬어요. 

한 손에 들어오던 검은콩 쿠니
쿠니애기때

 

이름을 뭘로 지을까 생각하다가, 색깔이 살짝 '라쿤' 같다는 생각을 해서 '쿤'이라고 지을까 했는데, 포르투갈어식으로 'KUNI(쿠니)'라고 지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강아지가 저희 집에 있다는 게 계속 놀랍고 한편으론 너무 곤히 자서 죽은 줄(?) 알고 계속 숨 쉬나 안 쉬나 체크했었던 것 같아요 ㅎㅎ 저렇게 자다가 일어나면 또 끼웅끼웅 거리며 밥 먹고 또 자고.. 

쿠니애기때2

 

애기 쿠니는 늘 잤어요. 그냥 눕혀놓으면 잤어요. 인간의 손길(?)과 집이 조금씩 편해지고 익숙해진 건지 점점 이상하게 자더라고요. 

쿠니애기때3

 

당시 살았던 집 바닥이 미끄러운 나무여서 쿠니가 서있지를 못하길래 목욕수건을 깔아줬었어요. (사진의 축구공 인형은 쿠니가 한 살이 되던 무렵, 갈기갈기 찢어져 솜털이 되어 날아갔답니다.^^) 제가 집에 있을 땐 목욕수건 밖으로 못 나왔는데, 제가 잠깐 외출을 하고 오면 쿠니는 저렇게 제 운동화에 얼굴을 박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운동화인줄 알고 쿠니를 발견하지 못해서, 집안에서 한참 동안 쿠니를 찾아 헤맸던 기억이 나네요..;;

 

일할 때도 항상 옆에 두고 봤는데, 진짜 너무 꼬질꼬질한 냄새가 나서 아주 조심히 처음 목욕을 시켜줬어요. '이제 됐냐고' 따지는 것 같은 저 표정.. 어릴 때부터 저를 잘 째려봤네요. ^^;; 

 

 

드디어 조금씩 앉을 수 있는 다리 힘을 가지게 된 쿠니. 털도 좀 자랐고, 나름 늠름한 남자아이의 모습을 보이던 때네요. 저랑 TV도 같이 보고. 인간 세상의 소리에 많이 적응했나 봐요. 반려견 키우는 주변 지인들이 '새끼 때 사진 많이 찍어둬야 한다, 애기들 금방 커버린다'고 했는데. 많이 찍어두긴 했는데, 더 많이 찍어두지 못해서 아쉽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쿠니가 검은콩 베이스에 눈과 입, 다리만 베이지 색인 줄 알았어요.

 

2달 정도 지났을 때, 여전히 쿠니는 이상한(?) 자세로 잠을 자고, 신발을 좋아했어요. 큰 변화가 있었다면, 머리 윗부분이 조금씩 베이지색을 띠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얼굴 전체가 다 베이지 색 털로 변하더라고요. 이때부터 살짝 긴장하기 시작했어요. '털 색깔도 바뀌는데.. 설마 대형견으로 크는.. 반전이 있진 않겠지..?' 라며.. ^^;; 

대형견으로 크게 되면, 한국으로 데리고 갈 때 화물칸으로 데리고 가야 하며, 절차가 복잡해질 것 같아서 적당한 크기로 자라주길 바랐던 거 같아요.  


여기까지 쿠니와의 첫 만남 그리고 애기 때 시절에 대해 잠깐 소개해드렸는데, 이후 이야기도 차차 올려볼게요. ^^

이번에 글을 쓰면서 쿠니의 어린 시절 사진을 정리하면서 회상해 보니 아프리카에서 건강하게 잘 챙겨주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게 생각나네요. 

 

오동통한 쿠니야, 지금 살은 쪘지만,, 그래도,, 아프지 않고 잘 커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