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번외 편'으로 아프리카 앙골라발 1호견 쿠니와 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잠깐 소개해볼까 해요. (애기 때 진짜 귀여웠거든요.. 지금도 너무 사랑스럽지만♥)
우선 저는 어릴 때부터 동물들을 진심으로 좋아했어요. 하지만 성인이 되어 해외에서 10년여간 근무하게 되었고, 업무 특성상 잦은 야근과 출장으로 다른 생명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워볼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어요. 그러나 앙골라에서의 근무 기간이 길어졌고, 그만큼 외로움도 커졌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제 외로움을 채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반려견 분양을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큰 책임감과 앞으로 달라질 제 인생에 대해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었죠. 길고 긴 고심 끝에 반려견을 키우기로 결심했고, 끝까지 책임을 다 해 길러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제가 직접 샵에 가서 본 건 아니었고, 앙골라 현지 지인을 통해 옆 동네(?)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며 일단 제가 있는 곳까지 데리고 갈 테니 한 번 보라고 해서 갑자기 만나게 되었죠. 현지인 아저씨가 한 손에는 쿠니를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왔더라고요 ;;; 케이지에 넣어서 데려올 줄 알았더니.. ㅠㅠ 역시.. 야생 그대로의 아프리카였네요.
그렇게 만나게 된 생후 2주밖에 안된 새끼 강아지. 아저씨 왈 백신을 맞혔다고 했고(뻥이겠죠. 제가 알기론 강아지 접종 시기는 빠르면 생후 6주 늦으면 8주 정도 되어야 맞출 수 있는데...), 유럽에서 많이 나오는 테리어 종이라고 하면서 몸집이 많이 크지는 않을 거라고 설명했고 쿨하게 가버렸어요. 랜덤으로 성별도 모르고 종류도 모르는 강아지를 맡게 된 상황이었죠;;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젖도 떼지 않은 새끼를 데리고 나올 정도의 수준이라면, 제가 분양을 거절하여 그 아저씨 품에 다시 돌아갈 경우 이 새끼 강아지의 생사가 매우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제가 데리고 살기로 결정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추웠을테고, 엄마를 떠나 낯선 곳에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계속 떨고 있길래 수건으로 감싸줬어요.
이름을 뭘로 지을까 생각하다가, 색깔이 살짝 '라쿤' 같다는 생각을 해서 '쿤'이라고 지을까 했는데, 포르투갈어식으로 'KUNI(쿠니)'라고 지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강아지가 저희 집에 있다는 게 계속 놀랍고 한편으론 너무 곤히 자서 죽은 줄(?) 알고 계속 숨 쉬나 안 쉬나 체크했었던 것 같아요 ㅎㅎ 저렇게 자다가 일어나면 또 끼웅끼웅 거리며 밥 먹고 또 자고..
애기 쿠니는 늘 잤어요. 그냥 눕혀놓으면 잤어요. 인간의 손길(?)과 집이 조금씩 편해지고 익숙해진 건지 점점 이상하게 자더라고요.
당시 살았던 집 바닥이 미끄러운 나무여서 쿠니가 서있지를 못하길래 목욕수건을 깔아줬었어요. (사진의 축구공 인형은 쿠니가 한 살이 되던 무렵, 갈기갈기 찢어져 솜털이 되어 날아갔답니다.^^) 제가 집에 있을 땐 목욕수건 밖으로 못 나왔는데, 제가 잠깐 외출을 하고 오면 쿠니는 저렇게 제 운동화에 얼굴을 박고 있더라고요. 처음엔 운동화인줄 알고 쿠니를 발견하지 못해서, 집안에서 한참 동안 쿠니를 찾아 헤맸던 기억이 나네요..;;
일할 때도 항상 옆에 두고 봤는데, 진짜 너무 꼬질꼬질한 냄새가 나서 아주 조심히 처음 목욕을 시켜줬어요. '이제 됐냐고' 따지는 것 같은 저 표정.. 어릴 때부터 저를 잘 째려봤네요. ^^;;
드디어 조금씩 앉을 수 있는 다리 힘을 가지게 된 쿠니. 털도 좀 자랐고, 나름 늠름한 남자아이의 모습을 보이던 때네요. 저랑 TV도 같이 보고. 인간 세상의 소리에 많이 적응했나 봐요. 반려견 키우는 주변 지인들이 '새끼 때 사진 많이 찍어둬야 한다, 애기들 금방 커버린다'고 했는데. 많이 찍어두긴 했는데, 더 많이 찍어두지 못해서 아쉽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쿠니가 검은콩 베이스에 눈과 입, 다리만 베이지 색인 줄 알았어요.
2달 정도 지났을 때, 여전히 쿠니는 이상한(?) 자세로 잠을 자고, 신발을 좋아했어요. 큰 변화가 있었다면, 머리 윗부분이 조금씩 베이지색을 띠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얼굴 전체가 다 베이지 색 털로 변하더라고요. 이때부터 살짝 긴장하기 시작했어요. '털 색깔도 바뀌는데.. 설마 대형견으로 크는.. 반전이 있진 않겠지..?' 라며.. ^^;;
대형견으로 크게 되면, 한국으로 데리고 갈 때 화물칸으로 데리고 가야 하며, 절차가 복잡해질 것 같아서 적당한 크기로 자라주길 바랐던 거 같아요.
여기까지 쿠니와의 첫 만남 그리고 애기 때 시절에 대해 잠깐 소개해드렸는데, 이후 이야기도 차차 올려볼게요. ^^
이번에 글을 쓰면서 쿠니의 어린 시절 사진을 정리하면서 회상해 보니 아프리카에서 건강하게 잘 챙겨주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게 생각나네요.
오동통한 쿠니야, 지금 살은 쪘지만,, 그래도,, 아프지 않고 잘 커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자!!